<해설> 시장 맞아?

운영자 | 2012.02.13 10:56 | 조회 362

역사는 이런 것을 기록하고 있다.

 

◇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호화생활을 하며 돈을 물 쓰듯 했다. 더 이상 빚을 지기 어렵게 되자 그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려 했지만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는 마침내 170년 만인 1789년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3부회를 소집했다.

 

3부회는 지주, 승려, 부유한 도시상인들의 대표회의로 인민들에게 어떤 세금을 과세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징수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회의였다. 3부회는 결국 군주제를 폐지시킨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식민지를 수탈했다. 영국의 수탈 속에서도 신흥자본가, 노동자, 농민, 흑인들의 약 100년에 걸친 개척 결과 북아메리카의 경제는 영국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상공업 발달에 따라 당시 보스톤은 가장 큰 항구였다. 1773년 보스톤 항구에서 동인도회사의 차를 운반하던 선박들이 항구에 머물렀을 때 보스톤 사람들이 배에 올라 차 수백 자루를 바다에 처넣는 '보스톤 차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영국 정부의 차세 제정에 반대해 일어났다. 당시 북아메리카에서는 세금을 뜯어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영국 관리를 붙들어 그의 몸에 콜타르칠을 하고 새털을 붙여 거리로 끌고 다니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스톤 차 사건에 영국 정부는 오히려 무력 증강과 함께 항구 봉쇄로 나왔다. 이에 북아메리카 식민지 인민들의 저항은 마침내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귀결되었다.

 

◇ 19세기 봉건국가 조선에서는 농민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평안도 농민반란, 홍경래의 난, 진주 농민폭동, 동학의 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농민반란에서 농민들의 일차적인 요구는 무엇이었을까? 가렴주구(苛斂誅求)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렴주구는 온갖 명목, 온갖 방법으로 세금을 뜯어내는 것이었다.

 

세금은 약탈적이다

 

 

근대를 개시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 속에는 그 한복판에 '세금문제'가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수탈하는 측에선 물 쓰듯 펑펑 쓸 수 있는 '물세'일지 모른다. 그러나 수탈당하는 측에선 노동과 노동의 결과물인 피 같은 재산의 일부를 떼어주는 '혈세'다. 언젠가 언론에 소개된 '세금폭탄'이라는 말도 그런 것이다. 요컨대 세금은 '약탈적'이다.

 

세금의 약탈적 성격이 중세나 근대 초 또는 현대의 비민주주적 국가들에나 해당된다고 간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주주의적 국가들이 '복지국가'니, '평등'이니 하면서 아무리 국민을 위해 보다 많은 재분배정책을 실시한다 해도 세금의 약탈적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국가의 운영원리가 지닌 본질 때문이다. 국가의 운영원리는 '약탈-재분배'에 있다. 재분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약탈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약탈한 것을 복지의 이름으로 재분배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공권력의 기반인 공무원, 군대를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일탈한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가 재분배하기 위해서 약탈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약탈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착각이다. 진실은 '국가는 더 많이 약탈하기 위해서 재분배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약탈하기 위해 재분배하며, 재분배한 것을 다시 약탈한다. 약탈-재분배의 순환운동 속에서만 국가는 생존을 유지한다.

 

국가는 약탈하기 위해 재분배한다

 

약탈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재분배가 아니라 공무원, 군대로 압축되는 공권력 유지에 있다. 그 역은 아니다. 그 역이 '국가 환상'이라는 것이다. 국가환상을 깨야 한다. 공권력이 왜 공권력인가? 재분배의 총량보다 더 많이 약탈할 수 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온갖 구실을 붙여 시행하는 세금 인상, 국채나 지방채 발행 등이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경제가 빚을 내 사업하는 것은 사업성이 있는 한 자연스럽다. 그렇더라도 거기에는 항상 모험이 따른다. 그러나 국가(및 지자체)경제가 빚을 내 사업하는 것은 사업성이 있더라도 자연스럽지 않다. 사업성은 국가경제의 존재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민(또는 주민)의 부담인 국채(또는 지방채)까지 발행해서 사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민주주의니 복지국가니 하면서 국가를 이용해 뭘 해보겠다는 자들이 있어 왔다.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좌익의 무리다. 이들은 두 가지 사실에 철저히 침묵한다. '국가가 약탈하기 위해서 재분배한다'는 사실, '재분배의 총량보다 약탈의 총량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항상 많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세금의 약탈적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것을 위장하는 다양한 징세기법들이 개발되어 왔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징세기법이건 간에 '오리털 뽑듯이 세금을 거둔다'는 징세 모토는 변하지 않는다. 오리는 '가진 자'만이 아니다. '덜 가진 자'도 오리다.  2006년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불온한 진보좌파의 침묵

 

세금의 약탈적 성격에서 인류는 심각한 교훈을 얻었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것이 그것이다. 이 교훈은 보스톤 차 사건에서 나왔고 국가의 세금 약탈에 저항하는 시민의 정치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이 정치적인 이유는 그것이 국가의 세금 약탈에 저항하는 시민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 정치적 원칙이 구현된 유일한 제도적인 장치가 바로 '의회의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이다. 이런 의미에서 의회의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은 연례적 또는 의례적인 통과절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역사적인 보스톤 차 사건 이래 인류는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정치적 원칙 아래 그 권리를 의회라는 대표기구에 부여해온 것이다.

 

다시 강조해두지만 의회의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은 의례적인 통과절차가 아니다. 가령 복지니 시민의 행복이니 하는 것을 빌미삼아 지자체장이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그냥 통과시켜주는 요식행위일 수 없다.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자를 것은 자르고 늘릴 것은 오히려 늘려 의결하는 신성한 의회의 고유권리, 아니 신성불가침의 시민의 고유권리다.

 

의회의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은 신성한 시민의 고유권리

 

이 점에서 성남의 친이재명적인 시민단체들, 사회복지단체들은 대단한 착각에 빠져 있다. 이들은 연례적으로, 의례적으로 이재명 시장이 수립한 예산은 옳고 의회가 심의하고 의결하는 예산은 나쁘다는 근거없는 도식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이는 이재명의 시장 당선 이후 다른 지자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진기한 현상이다.

 

시민운동가랍시고 시장의 앞잡이가 된 자의 소리를 한 번 들어보자. 얼마 전 성남환경운동연합의 황성현 사무국장은 '민중의 소리'라는 매체에 이런 것을 썼다. "20년을 넘어가는 지방자치 과정에서, 예산의 심의권을 가지고 있는 지방의회의 기능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대체 어떤 근거에서 의회의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을 문제 삼았을까?

 

황성현은 시장 판공비의 예를 들어 이런 근거를 제시했다. "예산편성지침에도 규정되어 있는 시장의 판공비를 전액 삭감하는 과감한 행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저의가 불순하다. 시장이 어린이집이나 고아원을 방문하는 데 빈손으로 가란 말인가? 사실상 시장 탄핵이다." 볼 것도 없이 그가 제시한 근거는 집행권에 기반하고 있다.

 

그가 시장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시민이 의회에 부여해준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과 정면 충돌한다. 집행권인 예산편성지침을 들고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골계도 이런 골계가 없다. 시민 편에 서지 않고 시장 편에 서는 시민운동이 무슨 시민운동인가? 이런 개 같은 시민운동도 있나? 사이비시민운동은 반드시 퇴출시키자.

 

의회가 시장 판공비를 삭감한 것은 의회의 심의 및 의결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본질을 보여준다. 막말하고 헛짓하는 시장이라면 탄핵으로 돌려줘야 한다. 시장 판공비 삭감은 '경제적 탄핵'이다. 여전히 그는 "저 만나면 밥 좀 사달라"고 비아냥거린다. 의회는 시민의 신성한 권리인 예산 심의 및 의결권으로 다시 탄핵하면 된다. 그것은 이런 의미다.

 

'시장 맞아?'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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