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상호는 프로크루스테스인가

운영자 | 2012.02.09 15:41 | 조회 365

희랍신화를 읽은 많은 사람들은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명 높은 살인강도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악랄한 그의 강도행각이 사람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독특한' 그의 잣대 때문이다. 즉 그의 악랄한 강도행각은 선남선녀들을 자신의 침대에 눕혀놓고 그 크기로 맞추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키가 큰 사람은 머리나 다리를 자르고 키가 작은 사람은 머리나 다리를 뽑았다. 그 잣대로 쓴 침대에서 키 차이가 날수록 희생자들의 피는 더욱 흠뻑 적시어졌다.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이런 식으로 그의 침대에서 희생당했다. 그는 결국 아티카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처단되고 말았다.

 

 

이 유명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6일 이상호의 '조건없는 공동여론조사, 재차 촉구'라는 보도자료를 보고 떠오른 것이다. 떠올랐다기보다는 차라리 강요된 것이다. 이상호, 그가 다른 예비후보들, 세상의 선남선녀들을 대하는 태도가 프로크루스테스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보도자료에서 이상호는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정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상호는 공정경선을 위해 조건없는 공동선거여론조사의 실시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분명 그는 '재차 촉구'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재차 촉구한 것은 무엇인가.

 

그가 '앞세운' 최현백이라는 자에 따르면 “공정경선을 위해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적 공방을 자제하고 빠른 시일 안에 일정을 협의해 각 예비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조건 없는 공동선거여론조사에 합의하자"는 것이다. 즉 모든 예비후보들에게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를 재차 촉구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이는 이보다 앞서 모든 예비후보들에게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를 촉구한 '전사(前事)'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런 전사가 있었나? 전혀 없었다! 있었다면 이상호는 단지 '김태년 측에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만 냈을 뿐이다.

 

지난 2일에 낸 이 보도자료에서 이상호는 그가 앞세운 오익호라는 자를 통해 "수정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선거여론조사 순위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져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정치 불신의 우려가 있다"면서 "김태년 측에 공동선거여론조사를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아'와 '어'가 같은가. 분명 다르다. 선거여론조사만큼 이 경구가 실감나는 것도 없다. 어떻게 조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서 작게는 몇 퍼센트, 크게는 몇 십 퍼센트의 차이가 나는 것이 선거여론조사이기 때문이다.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후보간 신경전이 팽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태년 측에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한 것과 모든 예비후보들에게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한 것이 같은가. 완전히 다르다. 분명한 '아'와 '어'의 차이다. 더구나 그의 김태년 측에 대한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 제안에 '선거가 배거인가'라는 언론의 비판도 있었다. 새겨들었어야 했다.

 

배제된 다른 예비후보들인 권혁식, 전석원, 정기남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상호가 이미 써먹은 '1등 자랑'에 대해 "응답률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론조작"이라며 이상호에게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관권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후보"라는 맹비난까지 퍼부었다.

 

게다가 여기에 통합진보당의 김미희도 끼어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비난은 귀담아들을 만한 비판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아직 있지도 않고 갈 길이 먼 야권연대를 근거로 선거여론조사를 둘러싼 분란의 최초 원인자인 이상호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태년만을 찍어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런 벼랑 끝 사태 앞에서 이상호는 '공심(公心)'을 세워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봤어야 했다. 수정구 민주통합당의 최종 주자를 결정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른 예비후보들과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갖는 그런 순서를 밟아야 했다. 그런데 이 무슨 사기, '공동선거여론조사 실시 재차 촉구'인가.

 

이 뿐만이 아니다. 이상호는 자신의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6일 보도자료에서 그는 공동선거여론조사와 국민경선을 분리시켜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국민경선 시행세칙에 따르면 국민경선에는 후보자 간 합의에 따른 선거여론조사 실시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수정구 민주통합당의 다른 예비후보들을 두 번 죽였다. 좋은 정치를 기대하는 세상의 선남선녀들을 두 번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인가. 언제 그의 침대에서 다른 예비후보들, 세상의 선남선녀들이 희생당할지 모른다. 영웅 테세우스가 필요하다. 침대의 폭력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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