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거가 배거인가

운영자 | 2012.02.06 10:24 | 조회 332

민주통합당 수정구 일부 예비후보들이 자신이 1등임을 내세우는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한참 야단법석이다. 이상호, 김태년, 장영하가 그들이다. 덕분에 다른 예비후보들, 당원, 유권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출발부터 오만에 빠졌다.

 


자체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1등이라고 주장해온 이상호는 2일 누가 '진짜 1등'인지 가리기 위해 이상호, 김태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선거여론조사를 김태년에게 제안했다. 전 국회의원인 김태년에게 던지는 정치신인의 제법 자신만만한 공격인가?

 

김태년은 3일 각자 1등이라고 주장하는 자신, 이상호, 장영하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 진짜 1등인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장영하의 1등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가 있은 듯하다.

 

이 같은 김태년의 제안에 이상호는 "(내부) 논의를 해봐야"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한방 먹었다'는 반응이 아닌가 싶다. 뒤질세라 뒤늦게 몇몇 지역언론을 통해 자기도 1등이라고 주장하는 장영하는 "내부적으로 회의를 해야"라는 반응이다. '당혹감'이 아닌가 싶다.

 

"너도 나도 1등"?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1등이라고 주장하는 민주통합당의 '자칭 1등 예비후보들', 너무 웃긴다. 이 무슨 '황당개그'란 말인가. 선거가 '고무줄로 신체치수를 재는 여론조사'로 해소된다는 말인가. 정치가 황당개그라는 것인가. 오만한 자들이 황당개그를 한다.

 

우선 이상호가 웃긴다. 선거(選擧)가 '배거(排擧)'인가? 선거란 말 그대로 여러 피선거권자 중에서 누군가를 뽑아 올리는 것이다. 가령 무밭에서 가장 튼실하게 자란 무 하나를 가려내어 쑥 뽑아 올리는 행위와 같다. 그런 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볼 것도 없이 배거다. 1등이라고 주장해온 자신과 김태년만을 대상으로 공동선거여론조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은 '2등 이하는 필요없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1등 빼고는 '솎아내야 할 잡초'에 지나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에 의해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1등이라고 밝히지 않은 다른 예비후보들은 솎아내야 할 잡초로 취급되었다. 이렇게 막 나가도 되나? 이런 정치신인은 처음 본다. 정치신인이 목숨을 걸어야 할 구멍은 어디인가? '세(勢)'인가? '사람과 정책'인가?

 

선거의 척도는 사람과 정책이 우선이지 세가 우선일 수 없다. 세는 심지어 척도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정치신인의 입장에선 그렇다. 세가 없어도 사람과 정책에서 능력과 참신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치인을 갈구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상호는 성남 입성 이래 '세'에 온 신경을 쓴 모양이다. 가장 큰 세를 가지고 있을 전 국회의원에게 공동선거여론조사를 제안할 정도이니. 이런 정치신인도 있나? 이 의심은 두 가지를 포함한다. 세 불리기가 혼자서 가능한 일인가? 사람과 정책은 뒷전인가?

 

이상호는 문제가 있다.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경쟁해야 하고 경쟁 후에는 '함께' 가야 할 다른 예비후보들을 초반부터 솎아내야 할 잡초 취급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다. 이런 '나홀로 심리'를 가진 경우, 당원과 유권자는 언제고 '토사구팽'당할 수 있다.

 

이상호....이런 정치신인도 있나?

 

다음으로 김태년이 웃긴다. '악!' 소리나게 부러뜨려야 할 제안을 '역제안'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제안이나 역제안이나 똑같은 제안인 것이다. 딴에는 역공이라 생각했겠지만 이상호의 제안이 지닌 문제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인가?

 

실은 이상호보다 김태년이 더 웃긴다. 한 번 국회의원을 해봤던 자라는 점에서 그에게는 이상호와는 달라야 한다는 정치적, 사회적 기대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역제안은 이상호의 제안보다 '강화된' 반복이다.

 

그의 역제안은 이상호의 암묵적 전제인 배거의 원칙을 표면화시켰기 때문이다. 즉 각자 1등이라고 주장하는 자신, 이상호, 장영하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 1등을 단일후보로 결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배거야?

 

장영하를 포함시킨 것도 웃긴다.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은 그의 1등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자가 대신 말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태년은 이렇게 개그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년 왈, "장영하도 1등이다!"

 

김태년은 신영수에게 '석패'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안타까움을 가진 당원,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 사람과 정책에 더 노력해야 했다. 한 번 해봤으니 세는 가질 만큼 가지고 있을 테니. 게다가 경쟁자도 많아졌다. 그런데 초반부터 이상호보다 더한 황당개그를?

 

김태년....정치적 기대치 저버렸나?

 

뒤질세라 몇몇 지역언론을 통해 '나도 1등'이라고 나선 장영하도 웃긴다. 이상호와 김태년을 '의식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도 1등이다? 이런 것을 '단순모방(imitation)'으로 플라톤은 조소했다. 세상을 이데아의 모방으로 본 그에 따르면 '사본의 사본'이기 때문이다.

 

장영하....뒤질세라 "나도 1등"?

 

다른 예비후보들의 반발은 불문가지다. "표심 왜곡"(정기남), "다른 예비후보들을 배제시키려는 의도"(임재철), "나머지 예비후보들을 이미 탈락군으로 정해놓고 여론을 호도하는 술책"(권혁식) 등이 그것이다. '1등 자랑'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해준다.

 

이만하면 1등을 내세우는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이상호, 김태년, 장영하 사이에 벌어진 '그들만의 게임'은 이미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쓴소리가 가능하다. '이상호, 김태년, 장영하, 집어쳐라!'

 

이런 일은 이들이 '당원과 유권자들이 우리만의 게임을 어떻게 볼까'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상호, 김태년의 책임이 크다. 정치신인 이상호도, 전 국회의원 김태년도 낡았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이유다.

 

전에 민주통합당의 오만을 우려하며 이런 것을 말했다. "성남의 야당 의회 지망생들은 한가하다. 개인플레이뿐이다. 거기에서 확인되는 것은 사적인 권력욕이다."(<총선이 지방선거인가>) 똑같은 일이, 게다가 대놓고 당원과 유권자를 우롱하는 일이 반복된 셈이다.

 

오만에 빠진 민주통합당

 

사적인 권력욕을 위장하는 낡은 정치를 부러뜨릴 방법은 없을까? 모든 예비후보들이 당원, 유권자들 앞에서 사람, 정책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그 중 두세 명의 예비후보를 비밀투표로 선출한 뒤 '제비뽑기'를 하면 어떨까? 과연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집합력', 즉 '세'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정책, 세의 삼박자를 갖춘 파워플한 화음으로 유권자를 놓고 여당 후보와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미 너무 나간 것은 아닐까? 늦은 것은 아닐까?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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