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민투표 하자구? 그래 하자!

운영자 | 2012.02.22 08:13 | 조회 396

21일 통합진보당 수정구, 중원구 총선 예비후보인 김미희, 윤원석이 '시립의료원 운영방식을 4월 11일 총선 후 주민투표 실시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최근 시가 당초 입장에서 선회해 의회의 시립의료원 관련조례 폐지, 새 조례 제정에 대한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마침내 20일 새 조례를 공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볼 것도 없이 이들의 주민주표 실시 제안은 시립의료원의 운영방식을 대학병원 위탁운영으로 명시한 새 조례에 강력 반발하는 입장에서 나왔다. 근거는 무엇일까? 이들은 새 조례가 '시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의회가 초권력적 권한을 행사하여 특권과 특혜를 행할 수 있는 조례'라는 근거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4월 11일 총선 후 시립의료원 운영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 실시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핵심적인 이유는 '주민 없는 주민투표', 따라서 주민을 무시한 제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민투표 실시 제안이 주민을 무시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은 크게 네 가지다.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의 제안은 대의민주주의인 '의회제의 부정'을 모토로 하고 있다. 주민투표는 주민소환, 주민발의와 더불어 직접민주주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편으로 의회제를 부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총선 출마를 통해 의회제를 인정하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민투표 실시를 총선 후로 미룬 것도 이런 모순 때문일 것이다.


둘째, 이들의 제안 근거는 '의회를 통한 대의의 부정'으로 보인다. 새 조례가 시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의회가 초권력적 권한을 행사하여 특권과 특혜를 행할 수 있는 조례라는 이들의 근거는 의심스럽다. 이들의 근거로부터 '정치적 레토릭'을 걷어내면 의회를 통한 대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의원이 되겠다는 자들로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의 근거가 정치적 레토릭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강수장형 기관대립형인 지자체 구조에서 의회가 이들의 말처럼 초권력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주민의 의사를 대의하는 방법 두 가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시장을 통한 대의와 의회를 통한 대의가 그것이다. 의회를 통한 대의가 토론과 다수결에 의한 것임에 반해 시장을 통한 대의는 토론도 다수결도 없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든 지자체든 관료집단인 집행권력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나왔다.


성남시장 이재명을 두고 '시장독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새마을 회장을 떠나는 이로부터 '단체장이 독재자처럼 행동한다. 민주주의를 껍데기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들에게는 집행권력 정점에 있는 이재명에 의한 대의가 반민주적일 수 있다는 의문이 없다. 이재명과 짜고 친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총선 예비후보는 '주민투표 실시 제안에 걸맞는 주체'가 아니다. 걸맞는 주체가 있다면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다. 주민운동으로 시립병원설립운동을 이끌어온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만이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긴 하지만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도 사실상 공적 신뢰를 상실한 상태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동근처럼 운동을 대표하던 자가 성남문화재단에 자리를 받아 이재명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시립병원설립운동이라는 주민운동의 정당성을 결정적으로 훼손시킨 것이다. 오영선 집행위원장처럼 시장선거 당시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지 언론을 통해 이재명이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정치적으로 운신하는 자도 있었다. 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는 운영방식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주민소환을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커녕 그동안 주민소환운동을 어떻게 전개했는지조차 깜깜 무소식이다. 심지어 의회에서 시립의료원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상황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전무후무한 기현상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는 공사 구분도 못하고 운동의 동력인 시민성을 크게 훼손시켜 왔다. '저신뢰 집단'으로 전락되었다. 여기에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가 주민투표 실시 제안의 주체로서 걸맞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동시에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가 구'민주노동당 이중대'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넷째, 주민투표 실시를 총선 후로 하자는 것은 '정략적'이다. 주민투표 실시가 정당하고 시급한 것이라면 총선을 고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염두에 둬서도 안 된다. 직접민주주의인 주민투표는 간접민주주의인 의회제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제안이 총선이라는 상황을 빌미로 원칙을 말살하는 정략인 이유다.


이 같은 4가지 이유에서 이들의 4월 11일 총선 후 시립의료원 운영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 제안은 실효성이 극히 낮다. 주민투표에 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주민을 무시하는 제안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들의 총선 후 주민투표 실시 제안은 믿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를 주목해주세요'라는 정략적 제안이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 점에서 이들의 총선 후 주민투표 실시 제안은 앞선 이들의 '원탁회의 제안'(윤원석), '정책협약 제안'(김미희)과 같은 맥락에 있다. 총선 후 주민투표 실시 제안이 주민을 무시한 제안인 것과 마찬가지로 원탁회의 제안도 정책협약 제안도 이미 살펴보았듯이 다른 정치인들을 무시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민투표 하자구? 그래, 하자!'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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